접기로 한다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 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출처: 박영희 시집 『팽이는 서고 싶다』, 창작과비평사, 2001.
(사진 출처: 이뉴스투데이, 2017.06.02.)
뻔히 알면서도 반쯤은 눈 감아 주는 일, 반쯤은 모르는 척해 주는 일
이러한 행위를 종이비행기 접듯, 우산 접듯, 새가 날개 접듯 ‘접는다’라고 표현한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꼬집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니
열등감이 큰 사람일수록 더 그러하며 타인의 결점 캐내기에 재미를 들일 것이다.
그런데 그 재미의 덫에 자신이 빠진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섭섭함을 따지려 들면 끝이 없으니 빨리 접을수록 자신을 편하게 한다.
그러니 내 마음 접기는 상대에 대한 믿음의 바탕, 내 마음의 여백이 필요하지 않을까.
반을 접을 수 없다면 반에 반만이라도 접어보자.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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