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 이용진
새 한 마리 날아와
눈 위에 앉는다
보이지 않는 먹이를 찾겠다고
눈 위에 찍어놓은
소소소수수수
자세히 보기
발자국 여럿
금세 녹아 사라질
발자국만 남기고
새는 날아간다
이 아침
나의 할 일은
떠난 새의
발자국을 붙드는 일이다
*출처: 이용진 시집 『아직 피지 않은 꽃을 생각했다』, 문학의전당, 2021.
*약력: 1966년 경북 울진 출생, 학력은 비공개, 1995년 등단 후 첫 시집 출간.
시인은 눈 위에 날아와 앉은 새 한 마리를 통해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당연히 눈 위의 한 마리 새는 시인 자신이다.
보이지 않는 먹이를 찾겠다고 헤매다가 시를 못 썼다는 시인의 궁색한 변명이다.
자세히 보니 '소소소수수수', 발자국은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다.
이는 시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럿도 그랬다는 자기 위안이다.
그래서 시인은 이 아침 떠난 새의 발자국을 붙들듯이 시를 쓰는 것이리라.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두와 고양이 / 반칠환 (0) | 2022.01.07 |
---|---|
만월 / 배영옥 (0) | 2022.01.06 |
눈 내린 아침 / 한경옥 (0) | 2022.01.04 |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오규원 (0) | 2022.01.03 |
관상 / 이용진 (0) | 2022.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