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과제 / 이용진

믈헐다 2022. 1. 5. 01:12

과제 / 이용진

 

새 한 마리 날아와

눈 위에 앉는다

 

보이지 않는 먹이를 찾겠다고

눈 위에 찍어놓은

 

소소소수수수

자세히 보기

발자국 여럿

 

금세 녹아 사라질

발자국만 남기고

새는 날아간다

 

이 아침

나의 할 일은

떠난 새의

발자국을 붙드는 일이다

 

*출처: 이용진 시집 『아직 피지 않은 꽃을 생각했다』, 문학의전당, 2021.

*약력: 1966년 경북 울진 출생, 학력은 비공개, 1995년 등단 후 첫 시집 출간.

 

 

시인은 눈 위에 날아와 앉은 새 한 마리를 통해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당연히 눈 위의 한 마리 새는 시인 자신이다.

보이지 않는 먹이를 찾겠다고 헤매다가 시를 못 썼다는 시인의 궁색한 변명이다.

자세히 보니 '소소소수수수', 발자국은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다.

이는 시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럿도 그랬다는 자기 위안이다.

그래서 시인은 이 아침 떠난 새의 발자국을 붙들듯이 시를 쓰는 것이리라.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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