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외롭지 않기 위하여 / 최승자

믈헐다 2022. 3. 17. 01:19

외롭지 않기 위하여 / 최승자

 

외롭지 않기 위하여

밥을 많이 먹습니다

괴롭지 않기 위하여

술을 조금 마십니다

꿈꾸지 않기 위하여

수면제를 삼킵니다.

마지막으로 내 두뇌의

스위치를 끕니다

 

그러면 온밤내 시계 소리만이

빈 방을 걸어다니죠

그러나 잘 들어 보세요

무심한 부재를 슬퍼하며

내 신발들이 쓰러져 웁니다

 

*출처: 최승자 시집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981.

*약력: 1952년 충남 연기 출생, 수도여고, 고려대학교 독문과 졸업.

 

(이미지는 빛나는세상 나눔 공간 '빛그림님' 제공)

 

이 시는 외롭다 못해 괴로움에 시달리는 자의 초상이다.

시인은 서른이 미처 되기도 전에 외로움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외로움은 누구하고도 함께 소유할 수도 없고 도움을 요청할 방도도 없다.

외로움은 고독과는 사뭇 다른 것이어서 영혼을 쥐어짜는 괴로움에 가까울 것이다.

외로운 한 인간의 괴로움에 대해 조금의 위로라도 전해줄 수는 없을까.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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