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해가 나를 / 황인숙
한 꼬마가 아이스케키를 쭉쭉 빨면서
땡볕 속을 걸어온다
두 뺨이 햇볕을 쭉쭉 빨아먹는다
팔과 종아리가 햇볕을 쭉쭉 빨아먹는다
송사리떼처럼 햇볕을 쪼아먹으려 솟구치는 피톨들
살갗이 탱탱하다
전엔 나도 햇볕을
쭉쭉 빨아먹었지
단내로 터질 듯한 햇볕을
지금은 해가 나를 빨아먹네.
*출처: 황인숙 시집 『자명한 산책』, 문학과지성사, 2003.
*약력: 1958년 서울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아이스케키를 쭉쭉 빨아먹는 한 꼬마를
두 뺨이 햇볕을 쭉쭉 빨아 먹는 것으로 묘사하였다.
햇볕과 만나는 꼬마의 탱탱함을 감각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이제는 어느새 어른이 된 나를 햇볕이 쭉쭉 빨아 먹고 있으니
살갗에 주름이 지고 싱싱함은 점차 잃어가고 있다.
우리는 그 탱탱함으로부터 너무 멀리 온 것만 같아 서글프기도 하다.
*참고
‘아이스케키’는 시적 표현이고 바른 표기는 ‘아이스케이크(ice cake)'이다.
'피톨'은 혈액의 고체 성분으로 혈방 속에 떠다니는 세포,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말함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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