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 김남수
잠 속 물궁전 한 채
물문을 열고 들어가네 물방석 위 다소곳한 잠을 보네 젖은 목소리로 너를 부르면 잠을 털고 물 위를 걸어 나오네 정오의 사이렌이 울고 맨발의 네가 혼례청에 들어서네
정오의 신부야
칠월의 꽃각시야
하루 같은 닷새를 피고 닷새 같은 하루를 피고 우리들의 꽃잠도 피었다 지네 돌아보면 신부는 가고
물 위 꽃신 한 켤레 떠 있네
*출처: 김남수 시집 『둥근 것을 보면 아프다』, 상상인, 2020.
*약력: 충남 부여 출생, 2008년 평화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수련을 의인화하여 혼례청에 든 신부를 형상화한 우화적인 시이다.
화자는 물 위에 떠 있는 수련을 보면서 잠 속 물궁전 한 채를 떠올린다.
이러한 수련의 모습은 화자와 소통하면서 차츰 하나로 일체화되어 나타난다.
꿈이라는 가상적 현실을 통해서 수련과 화자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수련의 꽃잠은 단순히 수련만의 잠이 아니라 너와 나의 꽃잠인 것은 아닐까.
*참고
'혼례청(婚禮廳)'은 옛날에 혼례를 치르기 위해 마련하였던 장소를 말함이다.
'꽃잠'은 깊이 든 잠. 또는 결혼한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잠을 말하는 예쁜 우리말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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