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 이순
엄마가 행상 나간 빈집
어둠발이 내리는 장독대에서
여섯 살 서영이는
가슴까지 올라오는 빈 항아리에 대고
‘엄마아!’ 불렀다 자꾸자꾸 불렀다
고양이도 따라서 ‘야아옹!’ 울었다
*출처: 작은시앗 채송화 『서쪽 꽃밭』, 2020.
*약력: 1960년 충남 논산 출생, 2014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이야기 하듯이 쓴 이 짧은 시로 단편 소설을 쓸 수도 있고,
동양화나 서양화의 수채화로 한 폭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것이다.
딸아이는 어둠발이 내려도 아직 돌아오지 않는 엄마가 보고 싶어
가슴까지 올라오는 빈 항아리에 대고 '엄마아!' 하고 부른다.
그 소리가 항아리에 울려서 '엄마아!'하고 메아리처럼 되울리고,
곁에서 낮잠 자던 고양이도 따라서 '야아옹!' 하고 우는 정경이 그려지지 않은가.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날 / 김상옥 (0) | 2022.12.18 |
---|---|
소망 / 김순옥 (0) | 2022.12.16 |
황야의 건달 / 고영 (0) | 2022.12.15 |
폭탄 돌리기 / 신미균 (1) | 2022.12.14 |
공손한 손 / 고영민 (0) | 2022.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