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메아리 / 이순

믈헐다 2022. 12. 16. 00:07

메아리 / 이순

 

엄마가 행상 나간 빈집

어둠발이 내리는 장독대에서

여섯 살 서영이는

가슴까지 올라오는 빈 항아리에 대고

‘엄마아!’ 불렀다 자꾸자꾸 불렀다

고양이도 따라서 ‘야아옹!’ 울었다

 

*출처: 작은시앗 채송화 서쪽 꽃밭, 2020.

*약력: 1960년 충남 논산 출생, 2014 '시와시학'으로 등단

 

 

이야기 하듯이 쓴 이 짧은 시로 단편 소설을 쓸 수도 있고,

동양화나 서양화의 수채화로 한 폭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것이다.

딸아이는 어둠발이 내려도 아직 돌아오지 않는 엄마가 보고 싶어

가슴까지 올라오는 빈 항아리에 대고 '엄마아!' 하고 부른다.

그 소리가 항아리에 울려서 '엄마아!'하고 메아리처럼 되울리고,

곁에서 낮잠 자던 고양이도 따라서 '야아옹!' 하고 우는 정경이 그려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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