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 오세영
흐르는 계곡 물에
귀 기울이면
3월은
겨울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 숲에
귀 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 띄우는 대지에
귀 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출처: 오세영 시집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시와시학사, 1992.
*약력: 1942년 전남 영광군 출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삼월은 봄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아직은 주변의 모든 것이 겨울 모습 그대로이긴 하나
금세 새싹이 돋아나고 봄꽃이 봄을 활짝 열어줄 것이다.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과 아기의 젖 빠는 소리,
그리고 삼일절의 만세 소리를 타고 생동감 넘치게 오는 삼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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