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힘들면 / 오영미

믈헐다 2021. 10. 21. 00:50

힘들면

 

힘들면 힘내지 마셔요

힘든데 힘내라고 자꾸 말하지 않을게요

힘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나는 알아요

 

기운 하나 없는데 쉽게 말하지 않을게요

힘도 있을 때 내는 것

힘내라는 말 덕담 같아도

영혼 없이 생색내는 말뿐이라는 것

 

처음 들을 땐 고마운데

자꾸 들으면 기운 빠져요

아무 말 마시고 물이나 한잔

눈으로만 해도 충분하죠

 

눈빛만 봐도

눈만 마주쳐도

그냥 어깨 빌려주시면 좋지요

당신도 힘들면 힘내지 마셔요

 

*출처: 오영미 시집 『청춘예찬』, 시와정신, 2020.

(사진 발췌: "부천타임즈 SNS 포토", 2012.)

 

‘힘들다’는 짧은 말에서 화자가 전달하려 하는 것은, 상투적 인사치레의 위로와 격려가 아닐 것이다.

사실 그 말 자체보다 그 안에 담겨있는 감정이 아닐까.

누군가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곧 그의 필요를 이해하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