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멀리서 빈다 / 나태주
믈헐다
2021. 10. 21. 01:07
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출처: 나태주 시집 『멀리서 빈다』, 시인생각, 2013.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15.
(사진은 빛나는 세상 나눔의 공간 '금전수님' 제공)
가을은 왠지 사람의 마음을 여미는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시의 화자가 꼭 그런 마음일 것이다.
그는 보지 못하는 곳 어딘가에 고요히 자리 잡고 있는
모든 것들의 존재가 눈부신 아침과 같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 모든 것들의 존재로 인하여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의 화두를 우리에게 던진다.
한 번쯤 사소한 것들로 시선을 돌려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가을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소한 것들로 시선을 돌리기에 적합한 시간이 아닐까?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