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가장 위험한 동물 / 이산하
믈헐다
2021. 10. 21. 09:58
가장 위험한 동물
유럽 여행 때 한 실내 동물원을 구경했다.
방문마다 사슴, 늑대, 악어 같은
동물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마지막 방문에 새겨진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이었다.
호기심에 얼른 문을 열었다.
그런데 방은 텅 비어 있었고 정면 벽에
커다란 거울 하나가 걸려 있었다.
내 얼굴이 비춰졌다.
*출처: 이산하 에세이 『악의 평범성』, 창비, 2021.
(사진 출처: 아트인사이트 뉴스, 2019.07.21.)
그의 에세이는 시를 닮았다.
얼핏 새로운 형태의 시집이 아닌가 하고 착각할 정도이다.
이 시에서 늑대, 악어보다 위험한 동물은 거울을 들여다 본 인간들이었다.
화자는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동물은 바로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 안에 담긴 성찰과 질문은 우리로 하여금 삶이 지닌 낯섦에 직면하게 한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