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산토끼 똥 / 송찬호
믈헐다
2021. 10. 23. 01:24
산토끼 똥
산토끼가 똥을
누고 간 후에
혼자 남은 산토끼 똥은
그 까만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지금 토끼는
어느 산을 넘고 있을까?
*출처: 송찬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문학과지성, 2009.
(산토끼 똥, 다음백과)
산토끼가 동글동글한 까만 똥을 싸고 떠났다.
남겨진 똥은 떠난 토끼를 생각하는데 토끼는 똥을 생각할까?
시인이 던진 화두에 한참 동안 온갖 상상을 하게 만든다.
토끼의 몸속에서 빠져나온 똥이 시원할까, 토끼가 시원할까.
아니면 서로 외로울까, 슬플까, 기쁠까...
내가 싼 똥도 하수관을 타고 강물에 이를 때까지 나를 생각할까?
이젠 볼일 다보고 나면 잘 가라고 엉덩이이라도 흔들어야겠다.
*참고
‘엉덩이’는 볼기의 윗부분. 볼기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볼기’는 뒤쪽 허리 아래, 허벅다리 위의 양쪽으로 살이 불룩한 부분이다.
‘궁둥이’는 볼기의 아랫부분. 앉으면 바닥에 닿는, 근육이 많은 부분이다.
‘엉덩이춤’은 매우 기쁘거나 신이 나서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는 짓을 말한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