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연 / 신문호
믈헐다
2021. 11. 6. 01:17
연 / 신문호
한곳에 모여앉아
고민하고 대화하며 삶을 일구던 이
하나 둘 조각으로 떨어져가고
함께했던 이야기는 가물거리는 기억에
작은 잔재만 남기고
세월에 실려 떠나버렸습니다.
바람이 몹시 부는 날에는
연을 타고 가버린 사연이 그리워
먼 곳이 보이는 산위를 올라봅니다.
*출처: 신문호 시집 『외로움의 깊이』, 시인학교, 2011.
(사진은 빛나는세상 나눔 공간 '수채화님' 제공)
화자는 바람에 날리는 놀이 기구인 ‘연(鳶)’과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연(然)’을 연결시켰다.
놀이 연이든 인연이든 줄이 끊기면 날아가 버리는 걸 묘사한 것이다.
우리는 생면부지인 사람과도 알게 모르게 연을 맺고 끊고를 반복한다.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겠지”, “인연이 아니었던 거겠지”
이렇게 인연에 대해서 스스로 여유로운(?) 답을 내리기도 한다.
그것은 누구나 남겨진 사람일 수도, 떠나간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일까.
*참고
시인은 1956년 경북 영천에서 출생했다.
1991년 의대 교수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떠나 위치타주립대 위치타종합병원 등 여러 병원에서
척추수술과 인공관절수술을 하면서 소아마비와 뇌성마비 재활치료학을 공부했다.
귀국을 한 뒤에는 200명이 넘는 중증 뇌성마비 환자들을 진료하며 무료 수술을 했다.
현재 부산 모 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