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편지 / 김남조

믈헐다 2021. 11. 26. 01:55

편지 /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출처: 김남조 시집 『가난한 이름에게』, 미래사, 2002.

*약력: 1927년 경북 대구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문과 졸업, 마산고교, 이화여고 교사와 숙명여대 교수를 지냈다.

          ‘모윤숙’, ‘노천명’의 뒤를 잇는 1960년대 대표 여류시인으로 꼽힌다.

(이미지는 빛나는세상 나눔 공간 '수채화 님' 제공)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음 직하는 애틋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손 편지이다.

우편배달부 아저씨를 간절하게 기다렸던 그리움의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화자는 매일 속내를 다보여 주는 편지를 쓰지만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라며 한 번도 편지를 부치지 않는다.

그대는 내 안을 비추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이기 때문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