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진 보자기의 네 귀를 접는 / 박목월
얼룩진 보자기의 네 귀를 접는 / 박목월
얼룩진 보자기의
네 귀를 접듯
눈물과 뉘우침의 한 해를 챙긴다.
과오는 사람이므로
누구나 범할 수 있지만
새벽의
쓰디쓴 참회의 눈물은
누구나 맛볼 수 없다.
순결이여,
얼룩진 자리마다
깨끗하게 씻어내는
새로운 정신의 희열이여,
참으로 뉘우침으로
인간은 인간으로
새롭게 거듭하고
그 정신의 안쪽에 열리는
생기찬 과일로써
오늘의 신성한
여명을 맞이한다.
저무는 것은 저물고
마무리해야 할 것은
마무리하게 되는
마지막 여울목에서
우리들의 소망은
오로지 새로운 내일의
무구한 새벽을 맞이하는 일.
그리하여
순결한 인간으로서
거듭 태어나서
저 황홀한 광명과
신선한 정결함 속에서
핏줄 가닥가닥마다
팽창한
삶의 기쁨을 누리고
걸어가는 우리들의 발자국마다
사람된 길에
꽃을 피우게 하는 것
그 꿈과
의지와 뉘우침으로 오늘은 얼룩진 보자기의
네 귀를 다정하게
접는다.
*출처: 박목월 유고 시집 개정판 『크고 부드러운 손』, 민예원, 2003.
*약력: 朴木月(1915-1978), 본명은 박영종(朴泳鍾), 경북 월성(현, 경주) 출신.
1935년 대구의 계성중학교를 졸업 후 도일(渡日), 귀국 후 대구 계성중학교와 이화여자고등학교 교사 재직,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연세대학교·홍익대학교·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임.
해마다 이맘때면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곧잘 떠올린다.
아쉬움이 많았다며 그런저런 이유로 새해에는 만사형통과 축복의 해가 되길 바란다.
눈물도 있었고 뉘우침도 있었지만 이젠 그것들을 보자기 안에 넣어 다소곳하게 접어야 할 때다.
좋았든 나빴든 2021년이라는 세월의 느낌표를 달아 멀리 보내야 할 순간이다.
신축년(辛丑年)은 가고 임인년(壬寅年), 그러니까 범띠 해가 밝아온다.
시절이 다해 아득한 세월 속으로 사라지는 2021년이여 부디 잘 가시게.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