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겨울 산수유 열매 / 공광규
믈헐다
2022. 1. 8. 01:25
겨울 산수유 열매 / 공광규
콩새 부부가
산수유나무 가지에 양말을 벗고 앉아서
빨간 열매를 찢어 먹고 있다
발이 시린지 자주 가지를 옮겨 다닌다
나뭇가지 하나를
가는 발 네 개가 꼭
붙잡을 때도 좋아 보이지만
열매 하나를 놓고 같이 찢을 때가
가장 보기에 좋다
하늘도 보기에 좋은지
흰 눈을 따뜻하게 뿌려주고
산수유나무 가지도
가는 몸을 흔들어 인사한다
잠시 콩새 부부는 가지를 떠나고
그 자리에 흰 눈이
가는 가지를 꼭 붙잡고 앉는다
콩새 부부를 기다리다
가슴이 뜨거워진 산수유나무 열매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
*출처: 공광규 시집 『얼굴 반찬』,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약력: 1960년 충남 청양군 출생, 동국대 국문과·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시인은 콩새 부부가 자주 가지를 옮기는 것은 발이 시리기 때문이고,
열매 하나를 놓고 콩새 부부가 같이 찢어먹는 광경이 가장 보기에 좋다고 한다.
콩새 부부의 사랑에 하늘도 감동하였는지 흰 눈을 뿌려 축복하며,
콩새 부부를 기다리다 가슴이 뜨거워진 산수유나무 열매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산수유나무가 붉디붉은 열매로 콩새 부부를 기다리는 까닭이 무엇일까.
짐작건대 콩새 부부를 통해 자손을 산수유 씨앗을 널리 퍼뜨리겠다는 속셈도 있었을 것이리라.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