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새벽 편지 / 곽재구

믈헐다 2022. 1. 9. 01:21

새벽 편지 /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 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 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출처: 곽재구 시집 『전장포 아리랑』, 민음사, 1985.

*약력: 1954년 광주 출생, 전남대학교 국문학과, 숭실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정녕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는 건지

새벽에 깨어났기에 편지를 쓰는 건지는 오직 시인만 알 뿐이다.

시인에게 새벽에 바라보는 별은 특별하다.

외롭고 고독한 잠자리에서 깨어나 바라보는 별빛이기 때문이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희망의 샘이 출렁이는 새벽을 간절히 소망하면서 노래했을 것이다.

인생은 고통을 배우는 과정이며 고통과 동무가 되어 함께 살아가는 과정이다.

후회하고 반성하며 참회하는 과정을 통해 꿈꾸는 궁극의 자유 의지에 다가갈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하루하루의 고통과 싸워 나가는 모든 생명들에게 바치는

가장 따뜻한 인간의 말일 수 있다고 시인은 말했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