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농담할 수 있는 거리 / 윤희상
믈헐다
2022. 1. 15. 01:19
농담할 수 있는 거리 / 윤희상
나와 너의 사이에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린다
나와 너의 사이는
멀고도, 가깝다
그럴 때, 나는 멀미하고,
너는 풍경이고,
여자이고,
나무이고, 사랑이다
내가 너의 밖으로 몰래 걸어 나와서
너를 바라보고 있을 즈음,
나는 꿈꾼다
나와 너의 사이가
농담할 수 있는 거리가 되는 것을
나와 너의 사이에서
또 바람이 불고, 덥거나, 춥다
*출처: 윤희상 시집 『소를 웃긴 꽃』, 문학동네, 2007.
*약력: 1961년 전남 나주시 영산포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나와 너의 사이라는 것은 수직적이지 않고 수평적 관계이다.
즉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으로 쏠리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살아가면서 가장 가늠키 어려운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일 것이다.
서로의 사이에는 자연의 변화처럼 여러 가지 일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서로 농담할 수 있는 거리가 되려면 얼마나 바람이 불고 덥거나 추워야 할까.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