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말의 뒤편 / 윤병무

믈헐다 2022. 2. 5. 01:47

말의 뒤편 / 윤병무

 

마저 말하려는데

왜 목메는지

 

목메는데 왜

말은 역류하는지

 

말을 물고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밤

 

밤이 바람을 뱉는다

구름이 반달을 뱉는다

 

반달이 절반만 말한다

해에게 빌린 말

 

빛 없는 말은

달 뒤편에 있다

 

*출처: 윤병무 시집 『당신은 나의 옛날을 살고 나는 당신의 훗날을 살고』, 문학과지성, 2019.

*약력: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성장, 대전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이미지는 출석부 방에서 '바람개비님' 제공)

 

우리는 말을 쉽게 뱉기도 하고 억지로 삼키기도 한다.

마치 반달이 반쯤만 빛을 뱉듯이 삼키고 참는 말은 곧 기다리는 말이다.

내뱉지 않는다면 속마음을 알기는 참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상대의 사정을 헤아리면 전혀 알 수 없는 것도 아니리라.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