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봄날 / 이문재

믈헐다 2022. 3. 8. 01:24

봄날 / 이문재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찰칵

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데가 있을 것이다.

부아앙 철가방이 정문 쪽으로 튀어나간다.

 

계란탕처럼 순한

봄날 이른 저녁이다.

 

*출처: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2014.

*약력: 1959년 경기도 김포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올봄도 어김없이 꽃이 찾아오니 꽃 같은 마음은 시가 된다.

비록 지금은 꽃구경은커녕 마스크를 쓰고 접촉을 피해 다녀야 하지만

그래도 꽃은 곳곳에 보이니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꽃은 꽃이니까 그렇더라도 꽃에 시선을 빼앗기는 사람들도 참 예쁘다.

이 시를 쓴 시인이야 그렇다하더라도 바쁜 배달원이 꽃 때문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올봄에는 우리들의 마음에도 목련꽃이 활짝 피면 얼마나 좋을까.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