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타인들의 광선 속에서 / 박형준

믈헐다 2022. 5. 18. 00:11

타인들의 광선 속에서 / 박형준

 

타인들 속에서 항상 당신을 느낍니다

당신은 타인들 속에 석탄처럼 묻혀 있습니다

천 년 뒤에나 윤기 날 듯 오늘도

타인들의 광선 속에서 먼지 띠로 반짝입니다

저녁이 온통 푸를 때마다

얼음장 밑 식물처럼,

사방에서 반짝이는 먼지 띠들은 나를 미치게 합니다

 

*출처: 박형준 시집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문학과지성사,

*약력: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 박사.

 

(빛나는세상 고운이미지방 '빛그림님' 제공)

 

그리움이 얼마나 깊으면 화자를 저토록 미치게 하는 것인가.

먼지 띠로만 반짝인다는 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사람인가.

천 년 뒤에나 윤기 나는 석탄처럼 묻혀 있다니

어쩌면 영원히 기억될 당신이어서 그토록 그리운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