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부추꽃 피던 날 / 권애숙
믈헐다
2022. 5. 19. 00:58
부추꽃 피던 날 / 권애숙
별 아닌 것들이 별에 기대
별의 흉내를 내는 동안
세상 언저리 어떤 얼룩은
지독한 꽃무늬 심장을 만든다
접히고 접혀서 중심을 알아차린
밤의 깊은 울음으로
제 빛깔의 각을 잡는다
뒤척거리는 너와 나 사이 하얗게
솟아난 지상의 작은 별무리
어떻게 우리는 저 매운 안쪽에 다다를까
*출처: 권애숙 시집 『당신 너머, 모르는 이름들』, 달아실, 2020.
*약력: 1954년 경북 선산 출생,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부추의 하얀 꽃들은 지상에 내려온 별들처럼 은은하게 빛난다.
별의 흉내를 내는 것들 때문에 좁힐 수 없는 거리감이 존재한다.
꽃대 하나에 여러 꽃송이는 대가족을 닮았다.
세상 언저리 어떤 얼룩이 진하게 묻어나니 고된 삶이 감지되기도 하다.
앙다문 꽃망울을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참았던 눈물을 와락 쏟아낼 것만 같다.
우리가 다다라야 할 저 매운 안쪽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