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허락된 과식 / 나희덕

믈헐다 2022. 5. 23. 00:05

허락된 과식 / 나희덕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햇빛이 가득한 건

근래 보기 드문 일

 

오랜 허기를 채우려고

맨발 몇이

봄날 오후 산자락에 누워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햇빛을

연초록 잎들이 그렇게 하듯이

핥아먹고 빨아먹고 꼭꼭 씹어도 먹고

허천난 듯 먹고 마셔댔지만

 

그래도 남아도는 열두 광주리의 햇빛!

 

*출처: 나희덕 시집 『어두워진다는 것』, 창비, 2001.

*약력: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봄날은 우리에게 먹음직스러운 햇빛이 가득하다.

그러니 굶주린 사람들은 쏟아지는 햇빛으로 오랜 허기를 채워볼 일이다.

햇빛은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마음에 차고 넘치는 영원한 양식이다.

화자는 이것을 허락된 과식이라 표현을 하였다.

그러나 오월의 햇빛은 탈이 생기지 않게 적당히 먹고 마셔야 하지 않을까.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