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구두 한 켤레 / 배창환

믈헐다 2022. 6. 8. 00:06

구두 한 켤레 / 배창환

 

아우 사십구재 마지막 날, 코로나가 칭칭 걸어 잠근 절간 문을

어머닌 죽기 살기로 밀고 쳐들어가

대웅전 부처님 앞에 가지런히 놓았다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막내가 신고 갈 신발

두고 갔다고

 

*출처: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 시집 『못 부친 편지』, 걷는사람, 2021.

*약력: 1956년 경북 성주군 출생, 경북대학교 국어과 졸업.

 

(승무)

 

사십구재는 죽은 지 49일 되는 날에 명복을 비는 불교의 오랜 풍습이다.

코로나19는 어머니의 사십구재마저도 무참히 짓밟은 것 같다.

코로나가 칭칭 걸어 잠근 절간 문을 어머니는 죽기 살기로 쳐들어갔다.

먼 길에 신고 갈 구두 한 켤레를 부처님 재단 앞에 가지런히 놓을 수 있었다

막내아들을 먼저 보내버린 어머니의 슬픔과 고통이 얼마나 참혹하겠는가.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