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욕심 / 공광규

믈헐다 2022. 6. 18. 00:09

욕심 / 공광규

 

뒤꼍 대추나무가

약한 바람에 허리를 뚝 꺾었다

 

사람들이 지나며 아깝다고 혀를 찼다

 

가지에 벌레 먹은 자국이 있었나?

과거에 남모를 깊은 상처가 있었나?

아니면 바람이 너무 셌나?

 

그러나 사람들은 나무 허리에서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너무 많은 열매를

나무는 달고 있었을 뿐이었다.

 

*출처: 공광규 시집 『얼굴 반찬』,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약력: 1960년 충남 청양군 출생, 동국대 국문학과 학사,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석사.

 

 

과수는 가지치기를 하거나 열매를 솎아주지 않으면 과실이 작아지고,

하물며 이듬해 해거리를 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이 대추나무도 가지치기와 열매를 솎아주지 않아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꺾이고 말았다.

사람들은 약한 바람에도 허리가 꺾인 대추나무를 보고 벌레 탓 바람 탓으로만 안다.

하지만 시인은 그 모든 것이 어리석은 욕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