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재활용 / 정채원
믈헐다
2022. 6. 28. 10:12
재활용 / 정채원
마흔에 햄릿을 버렸다
폐경 이후에
D.H.로렌스도 버렸다
최근엔 프로이트까지 버렸다
동이 트기 전
수거함을 뒤졌다
프로이트를 탁탁 털어
다시 주워왔다
밤새 뜬눈으로 잠꼬대하는 꿈
-새들이 자꾸 울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해석이 필요하다
잘하면 떡이 될지도 모른다
*출처: 정채원 시집 『일교차로 만든 집』, 천년의시작, 2014.
*약력: 1951년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시인에게 있어 책은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밥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가 생기는 순간 버려질 수도 있는 물건이다.
화자도 과감하게 마음의 양식이라 여겼던 책들을 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쉽사리 버릴 수 없는 것들이라 다시 가져온다.
밤새 꿈에 새들이 자꾸 울려고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참고
‘햄릿’은 1599년에서 1601년 사이에 쓰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D.H.로렌스(1885~1930)’는 영국의 소설가·단편작가·시인·수필가.
‘프로이트(1856~1939)’는 심리학자로 정신분석의 창시자.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