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고물상을 지나다 / 박영희

믈헐다 2022. 7. 21. 00:53

고물상을 지나다 / 박영희

 

저울 눈금을 확인한 고물상 주인이 ㎏당 50원 하는 폐지를 부리다 리어카 밑바닥에서 젖은 라면상자 두 개를 발견하고는 이런 일이 벌써 한두 차례 아니라며 남은 이보다 빠지고 없는 이가 더 많은 노인을 다그치자 재생이 가능한 폐지를 주워온 노인네는 요 며칠 궂은 날씨를 탓하여 본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고물상에서는 눈물이 젖어도 폐지가 젖어서는 안 된다.

 

*출처: 박영희 시집 즐거운 세탁, 애지, 2007.

*약력: 1962년 전남 무안 출생, ·고등검정고시, 부산대학교에서 7년간 도강(문학, 철학, 사회학, 가정학 등).

 

 

‘즐거운 세탁’이라는 시집과 시인의 이름이 언뜻 여성으로 착각하기 쉽다.

회월 박영희(1901~?, 6.25 때 납북) 시인과 동명이인으로 남성이다.

시인의 약력이 말해주듯 그의 일생은 참으로 파란만장한 삶이었다.

그런 만큼 그의 시는 화려한 수식어를 자제하고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그려낸다.

사회의 어둡고 힘든 단면을 비추어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