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다정에 바치네 / 김경미
믈헐다
2022. 8. 8. 00:56
다정에 바치네 / 김경미
당신이라는 수면 위
얇게 물수제비나 뜨는 지천의 돌조각이란 생각
성근 시침질에 실과 옷감이나 당겨 우는 치맛단이란 생각
물컵 속 반 넘게 무릎이나 꺾인 나무젓가락이란 생각
길게 미끄러져버린 검정 미역 줄기란 생각
그러다
봄 저녁에 듣는 간절한 한마디
저 연보랏빛 산벚꽃 산벚꽃들 아래
언제고 언제까지고 또 만나자
온통 세상의 중심이게 하는
*출처: 김경미 시집 『고통을 달래는 순서』, 창비, 2019.
*약력: 1959년 서울 출생, 한양대학교 사학과 졸업.
정이 많거나 정분이 두터울 때 다정하다는 말을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정이 많고 감정이 풍부하면 다정다감하다고 한다.
누구나 그런 말 한마디를 들으면 얼어붙은 마음이 한순간에 녹고 만다.
꼭 말이 아니라도 상대의 눈길이나 표정에서 나타나는 다정함도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일수록 더 그렇지 않겠는가.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