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긍정적인 밥/ 함민복

믈헐다 2022. 8. 22. 02:19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이 하나 없네

 

*출처: 함민복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작과 비평사, 1996.

*약력: 1962년 충북 충주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시인에게 있어 시는 살아가는 목표와 같으니 그것을 위해 가난도 감수한다.

시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만큼이나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기에 충분하다.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이처럼 살기 힘든 세상이라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니 마음은 더없이 넉넉하다.

결국 아름답고도 눈물겨운 시는 긍정에서 비롯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지 않은가.

 

*참고

'박리(利)'는 '적은 이익'을 말함으로, '지나치게 많이 남기는 부당한 이익'이라는 '폭리(利)'의 반대말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