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오리무중 / 이영광

믈헐다 2022. 8. 25. 00:10

오리무중 / 이영광

 

세상이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통 모르고 살지만

무언가 쉼 없이 태어나고 죽는다는 건

똑똑히 안다

사흘이 멀다 하고 문자가 오니까

 

이 정도만 알아도 사는 덴 지장이 없다

태어나고 또 죽어가는

그 사이는, 원래

오리무중이니까

 

​하지만 얼굴을 모르는 누군가가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살다 죽었을까

가끔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쪽도 깜깜 오리무중이니까

문자란 게, 워낙 엄지 첫마디처럼

짤막하니까

 

*출처: 이영광 시집 아픈 천국, 창비, 2019.

*약력: 1965년 경북 의성 출생, 고려대학교 영문과와 동대학원 국문과 졸업.

 

오리무중(五里霧中)은 오 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에 있다는 뜻이다.

그 말은 무슨 일에 대하여 방향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사실 우리의 삶도 늘 오리무중 상태에 산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오늘이야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지만 사실 그 조차도 불가하다.

하루하루 죽고 사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