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눈물은 정해진 방향이 없습니다 / 주영헌

믈헐다 2022. 8. 29. 02:33

눈물은 정해진 방향이 없습니다 / 주영헌

 

눈물을 참으려다가

목이 메어 오는 것은 참아 낼 수 없어서

 

눈을 꾹 감아버렸는데

 

당신도 나처럼

눈물을 참고 있었습니다

 

당신 쪽으로만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소풍날의 비 예보처럼

짐작이 확신이 되는 날이 있습니다

 

당신이 먼저 울어

내 가슴의 장마가 아무 때나 찾아올 것 같습니다

 

*출처: 주영헌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걷는사람, 2020.

*약력: 1973년 충북 보은 출생, 명지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당신이 먼저 울어 내 가슴에 장마가 아무 때나 찾아온다니

눈물은 정해진 방향이 없다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

눈물이 정해진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는 건 연기자가 흘리는 눈물이거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눈물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이 시는 그냥 한두 번만 읊조려도 그림이 그려지고 화자를 그냥 따라가니

더 이상의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