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바닥 속 추전역 / 김분홍
내 손바닥 속 추전역 / 김분홍
혼자 여행을 떠났다
분명 기차가 달리는데
풍경이 달린다는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아직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는 좌석
다른 사람이 앉았던 좌석에 앉아
나는 모르는 사람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만 같다
손바닥을 펼쳐 본다
어디선가 발원한 길은 끊길 듯 끊길 듯 이어지고
손바닥엔 길의 흔적이 선명한데
지금 탑승한 기차는 감정선일까 운명선일까 아니면 생명선일까
손바닥에 새겨진 손금은
앞서 살다간 사람이 지우지 못한
길의 노선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 손바닥에 새겨진 운명선을 나 아닌 누군가가 대신 살고 있다는 착각
나는 너를 번복하기 위해
잠시 이곳에 정차했을 뿐이고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
내가 갈아타야 할 간이역
추전역을 향해
기차는 침묵의 침목을 밟고
손금을 따라 달리고 있다
*출처: 김분홍 시집 『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 파란, 2020.
*약력: 충남 천안 출생, 201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
화자는 혼자 기차 여행을 위해 다른 사람이 앉았던 온기가 남아있는 좌석에 앉으니,
꼭 그 사람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것 같이 느낀다.
문득 손바닥에 새겨진 손금을 보니 앞서 살다 간 사람의 길의 노선도뿐만 아니라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기차선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자는 종착역을 밝히지 않고 갈아타야 하는 추전역만 언급을 하였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의 삶에다 비유하지 않았을까.
"지금 탑승한 기차는 감정선일까 운명선일까 아니면 생명선일까"
또한 우리의 종착역은 어디며 지금은 어디쯤 지나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