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떠돌이별 / 이영신

믈헐다 2022. 11. 16. 05:00

떠돌이별 / 이영신

 

생각해 보게나, 멀쩡하던 하늘에 시뻘건 해가 하나

더 생겨났다니 기가 찰 노릇 아니었겠나

뒤숭숭하던 차에 월명月明이 나섰다니 다행이었지 뭔가

피리 소리로 하늘의 달을 단번에 사로잡은 젊은이 아닌가

녹슨 채로 버려진 은하 999열차에 무한 에너지를 장착하여

햇덩이 하나를 명중시켜 꿰뚫고는, 내처

카시오페이아 은하로 되돌려 보냈다는 것 아닌가

까딱하면 우린 밤을 잃을 뻔하였네

아, 한밤중에도 날이 훤하게 밝아 잠을 못 이룰 뻔하였네

생각해 보게나, 살면서 별 황당한 일 다 겪어낸 우리 아닌가

 

*출처: 이영신 시집 시간의 만화경, 한국문연, 2021.

*약력: 1953년 충남 금산 출생, 덕성여대 도서관학과 졸업, 성균관대 대학원 유교경전·한국사상 전공.

 

 

좀 특이한 시이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유교경전과 한국사상을 전공한 시인의 약력이 도움이 되었다.

이 시는 '월명도솔가(月明兜率歌)'라는 '향가(鄕歌)'를 접목한 시이다.

'향가'는 신라 때에,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국어 표기로 기록한 신라 때의 노래이다.

즉 '월명도솔가'는 '월명사'라는 젊은 승려가 지은 노래이다.

4월 초하룻날 두 개의 해가 나타나는 괴변이 일어났는데, 이 노래를 지어 부르자 사라졌다고 한다.

멀쩡하던 하늘에 시뻘건 해가 하나 더 생긴다면 기가 찰 노릇이나,

세상을 살다보면 별의별 황당한 일이 다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참고

'떠돌이별'이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중심 별을 돌면서 빛을 받아 반사하는 별이다.

태양계에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행성이 있으나, 명왕성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