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거짓말 / 신미균
믈헐다
2022. 12. 8. 00:10
거짓말 / 신미균
간단히 입고 벗을 수 있다
일상적인 일을 하거나
조깅 에어로빅을 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입고만 있어도 땀이 난다
가볍고 튼튼하다
모자가 달려 있어
여차하면 떼어서
남에게 뒤집어 씌울 수가 있다
우주인의 멋과 색깔도 느낄 수 있다
한번 입기 시작하면
계속 입고 싶어진다
남녀 공용
프리사이즈다
*출처: 신미균 시집 『웃기는 짬뽕』, 푸른사상, 2015.
*약력: 1955년 서울 출생,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거짓말은 아무데서나 간단하게 옷을 입고 벗듯이 쉽게 할 수 있고,
거짓말이 들통날 경우에는 남에게 뒤집어씌울 수도 있다.
거짓말은 성별도 나이도 없을뿐더러 가볍고 때로는 화려하기까지 하고,
애써 힘들이거나 눈물 흘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매혹적이다.
가볍게 날리는 거짓말도 쌓이고 쌓여서 마치 우주인의 옷인 양 튼튼해진다.
한번 입기 시작하면 계속 입고 싶어지니 양치기 우주인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