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소망 / 김순옥
믈헐다
2022. 12. 16. 23:14
소망 / 김순옥
고된 하루와 싸운 옷을
세탁기 속에 넣어
표백제와 함께 세탁을 한다
서로 뒤엉켜
흰 거품을 내며
하루의 노독과 아픔을 토해낸다
거칠고 혼탁한 마음을
맑게 헹구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오늘을
하나, 둘
툭툭 털어 햇살 좋은
빨랫줄에 널면
뽀송뽀송해지는 젖은 희망들
*출처: 김순옥 시집 『무게를 베다』, 당진문화재단, 2021.
*약력: 서울 출생, 남편의 고향인 당진에서 생활하며 문학 활동.
화자는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고된 하루와 싸운 옷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까지 세탁을 한다.
하얗게 이는 거품은 하루의 피곤과 아픔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고,
거칠고 혼탁한 몸과 마음을 말끔하게 헹구고 나니 더없이 행복하기만 하다.
또한 자신을 돌아보며 깨끗하지 못하고 흐린 마음을 툭툭 털어 빨랫줄에 너니
젖은 희망까지 뽀송뽀송해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