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같은 바다는 없어요 / 박재연

믈헐다 2022. 12. 19. 01:08

같은 바다는 없어요 / 박재연

 

당신에게는 백 년 동안 술에 취해 살다간 한량의 유전자가 흐르고

나에게는 극지를 유랑하며 살다 간 무사의 유전자가 흐른다

 

당신은 서해의 개펄에 나가 하루치 식량이나 캐며 살자고 하지만

나는 동해의 해풍에 두통이나 말리며 살고 싶다

 

동해와 서해는 다른 바다일까

 

해가 지고 또 지는 서해는 사람을 살리는 바다라고 하고

단호하게 파도치는 동해는 냉정해서 싫다는 주장이 있다

 

당신은 육산에서 태어나 고기잡이를 좋아하지만

나는 악산에서 태어나 은산 철벽을 좋아한다

 

바다는 바다이고 산은 산이기만 한 걸까

당신은 당신에게로 나는 나에게로 돌아가는 중일까

 

물 때 달력이 한 장 남은 서해 바닷가 야외식탁

 

노을과 바다는 한통속으로 붉어지고

서로 다른 주장의 연속 듣기는 재생된다

 

*출처: 박재연 시집 노래가 날아오른다, 한국문연, 2022.

*약력: 강원도 인제 출생, 상지영서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졸업.

 

 

동해와 서해는 같은 바다이긴 하나 서로 반대편에 있으니 달라도 많이 다르다.

동해는 해돋이가 장관이고 서해는 해넘이가 장관이다.

동해가 아버지의 바다라면 서해는 어머니의 바다이다.

이렇듯 부부도 같은 듯하면서도 너무 많이 다를 것이다.

생각이 다를 것이고 취미도 다를 것이고 입맛까지도 다를 것이다.

사실 살아가면서 조금씩 맞춰서 그렇지 이 모든 것이 같거나 비슷한 부부는 드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