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낮과 밤 / 박준
믈헐다
2022. 12. 23. 23:32
낮과 밤 / 박준
강변의 새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떠나는 일이었다
낮에 궁금해한 일들은
깊은 밤이 되어서야
답으로 돌아왔다
동네 공터에도
늦은 눈이 내린다
*출처: 박준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사, 2018.
*약력: 1983년 서울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과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
강변에서 노니는 새 떼들이 이른 아침부터 하늘로 치솟아 어디론가 날아간다.
먹이를 찾으러 먼 길을 떠나는 것임을 깊은 밤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으니,
아침이면 어디론가 바삐 떠나가는 사람 세상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과 대중 버스와 지하철 안은 먹이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결국 우리도 새 떼들처럼 낮과 밤을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눈은 깊은 밤이 되자 소복이 쌓이고, 새들도 모두 잠드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