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1월 1일 / 임후남

믈헐다 2023. 1. 1. 01:44

1월 1일 / 임후남

 

​살아보니 새해의 다짐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루를 살아내는 일은

매일 눈 뜨면 해야 하는

다짐이었으므로

늙어가겠다고 다짐하는 것처럼

부질없었다

 

내가 다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나에게

다짐을 보내왔다

하루나 사나흘 지나

한 달이나 서너 달 후

사라질 다짐들

사이에서

 

​올봄 텃밭에는

상추 씨앗이나 좀 뿌리고

가지 모종 세 개,

고추 모종 두 개,

토마토 모종 두 개만

사다 심어야겠다

 

*출처: 임후남 시집 전화번호를 세탁소에 맡기다, 북인, 2021.

*약력: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사 출판국, 웅진씽크빅 등에서 인터뷰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다.

 

 

누구나 새해 첫날이 되면 한두 가지씩은 새해 소망과 함께 다짐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보통은 얼마 못 가 그 다짐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스스로도 작심삼일이라며 아쉬워한다.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결심이 굳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새해라고 해봐야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 외에 별다른 것이 뭐가 있겠는가.

시인의 이름만으로는 자칫 남성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여성이다.

2018년부터 경기도 용인으로 이주하여 시골 책방 '생각을담는집'을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보여주는 시골살이의 소박함이 담긴 봄에 심을 채소 재배야말로 알짜 다짐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