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짝 / 조영석

믈헐다 2023. 1. 13. 19:09

​짝 / 조영석

 

혼자된 지 2년이 다 되어갈 무렵

모처럼 찾은 집에서 아버지가 말했다

너도 이제 새사람을 만나야지

내가 대꾸를 않고 있자

아버지는 다시 말했다

남자 혼자 살기가 쉬운 게 아니다

그렇게 살다가 덜컥 아프면 어쩌냐

난 묻고 싶었다

그렇게 살다가 내가 덜컥 아프면

나한테 온 그 새사람은 어쩌느냐고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자기 자식 생각만 하느냐고

 

*출처: 조영석 시집 토이 크레인, 문학동네, 2013.

*약력: 1976년 서울 출생, 연세대 국문과와 서울예대 문창과 졸업.

 

 

"남자 혼자 살기가 쉬운 게 아니다 / 그렇게 살다가 덜컥 아프면 어쩌냐"

혼자 된 아들이 안쓰러워 재혼을 권하면서 덧붙이는 화자의 아버지 말이다.

그에 대한 화자의 답은 이렇다.

"그렇게 살다가 내가 덜컥 아프면 / 나한테 온 그 새사람은 어쩌느냐고"

세상의 모든 부모의 마음은 자기 자식만 생각할 수밖에 없다지만,

어디 새 짝을 만나기가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