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땅 / 김윤현
믈헐다
2023. 1. 17. 02:36
땅 / 김윤현
쓰레기와 몸을 섞으면서
지렁이와 함께 뒹굴면서
썩은 음식을 받아먹으면서
시체와 오래도록 누워있으면서
멀쩡하게 살아있는 그대
땅땅거리지 않아서 기분 좋다
그대 하늘처럼 높다
*출처: 김윤현 시집 『지동설』, 그루, 2010.
*약력: 1955년 경북 의성 출생, 경북대 국어교육과 졸업, 고교 교사로 근무하다 퇴직.
땅의 가장 큰 덕은 품는 것이 아닐까.
쓰레기, 지렁이, 썩은 음식물, 동물의 사체 따위를 품어 기름진 땅으로 만든다.
품은 만큼 커지는 것이 땅이듯이 사람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뻔한 말 같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만 한다.
"하루 동안 띈 만큼 땅을 가질 수 있다는 말에 죽자고 뛰었는데,
그만 도착지에서 꼬꾸라지는 바람에 그가 차지한 땅은 자신이 묻힐 땅뿐이었다"는
톨스토이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