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행복 / 허형만

믈헐다 2023. 1. 21. 02:05

행복 / 허형만 

 

​지리산에 오르는 자는 안다

 

​천왕봉에 올라서는

천왕봉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천왕봉을 보려거든

 

​제석봉이나 중봉에서만

또렷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세상 살아가는 이치도 매한가지여서

오늘도 나는 모든 중심에서 한발 물러서

순해진 귀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행복해 하고 있다.

 

*출처: 허형만, 첫 차, 황금알, 2005.

*약력: 1945년 전라남도 순천 출생,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성신여대 국문학 박사.

 

(지리산 천왕봉)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부분만 보고 전체는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태도나 사고방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세상 살아가는 이치도 매한가지여서" 세상사 한발 물러서서 보고,

독한 말을 듣더라도 "순해진 귀로 살아가고 있다."

결국 행복의 척도는 자신이 보고 듣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