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아프지만 아프지 않아 / 김율도
믈헐다
2023. 2. 9. 19:35
아프지만 아프지 않아 / 김율도
너를 볼 수 없어 아프지만
언젠간 다시 너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프지 않아
내 앞에 없다는 것은
다시 내 앞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기에
너의 냉정한 태도에 아프지만
너는 날씨 같아서
다시 봄처럼 따뜻한 햇살이 될 수 있으니
아프지 않아
나는 딱따구리가 가슴을 파먹은 나무
아프지만 그 안에
생명이 살고 있으니
아프지 않아
네 속엔 무엇이 살고 있니?
*출처: 김율도 시집 『그대에게 가는 의미』, 율도국, 2019.
*약력: 서울 대광고등학교, 서울예술대학 광고창작과 졸업.
아프지만 아프지 않다는 시제부터가 눈길을 끈다.
모순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는 역설적 기법이다.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아파도 견딜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다.
냉랭하고 싸늘함이 부는 당신도 어느 날 문득 따사로운 봄 햇살처럼 비출 것이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