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흘러간 노래 / 윤희상

믈헐다 2023. 3. 3. 00:42

러간 노래 / 윤희상

 

지난 시절, 그러니까 오래전 힘든 시절에

사람들이 즐겨 불렀던 노래에

생뚱맞게 바다 건너 먼 나라의 땅 이름과 얘기가 담겼다

 

그 시절 먼 나라는 가기 힘든 곳이고,

어쩌면 갈 수 없는 곳이다

노래를 만든 작곡가나 작사가는 물론이고

노래를 힘껏 불렀던 가수도 그 먼 나라를 가보지 못했다

 

​그런데, 모두 즐겨 그 노래를 불렀다

현실이 되지 못할 꿈일수록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힘이 세다

 

가기 힘들고

갈 수 없으니,

노래를 불렀다

 

​좋아했다

 

​가기 힘들고

갈 수 없으니,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

 

​이곳이 아프니까

저곳을 노래했다

 

*출처: 윤희상 시집 머물고 싶다 아니, 사라지고 싶다, , 2021.

*약력: 1961년 전남 나주시 영산포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1978년도에 유행한 '나성에 가면'이란 노래가 있다.

'나성'이 어디인지 궁금했을 터이고, 그저 먼 나라이거니 생각하고 따라 불렀을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의 음역어(한자음을 가지고 외국어의 음을 나타낸 말)가 '나성羅城'이다.

그때는 외국 여행을 한다는 것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이었으니,

'나성'은 가기 힘든 곳을 넘어 어쩌면 갈 수 없는 상상의 도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노래를 즐겼던 것에 시인은 이 시를 착안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현실이 힘들수록 갈 수 없는 곳을 동경하면서 노래라도 불러 위안을 삼았다.

“이곳이 아프니까/ 저곳을 노래했다.”

예나 지금이나 흘러간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