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새봄 / 문태준
믈헐다
2023. 3. 7. 23:59
새봄 / 문태준
어린 고양이가 처음으로 담을 넘보듯이
지난해에 심은 구근에서 연한 싹이 부드러운 흙을 뚫고 올라오네
장문(長文)의 밤
한 페이지에 켜둔
작은 촛불
*출처: 문태준 시집 『아침은 생각한다』, 창비, 2022.
*약력: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박사.
겨우내 땅속에서 웅크리고 지낸 알뿌리(구근) 식물들은 새봄이면 흙을 뚫고 고개를 내민다.
그것을 마치 고양이가 처음으로 담을 넘보는 걸로 비유를 하니,
생동하는 기운에 호기심과 활력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시인은 자신의 시가 "장문(長文)의 밤 / 한 페이지에 켜둔 / 작은 촛불"처럼 작고 여리지만
연한 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는 힘을 지니길 갈구하는 것이 아닐까.
이 시를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에 담은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