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봄 풍경 / 신달자

믈헐다 2023. 3. 17. 19:13

봄 풍경 / 신달자

 

​싹 틀라나

몸 근질근질한 나뭇가지 위로

참새들 자르르 내려앉는다

가려운 곳을 찾지 못해

새들이 무작위로 혀로 핥거나 꾹꾹 눌러 주는데

가지들 시원한지 몸 부르르 떤다

다시 한 패거리 새 떼들

소복이 앉아 앵앵거리며

남은 가려운 곳 입질 끝내고는

후드득 날아오른다

만개한 꽃 본다.

 

*출처: 신달자 시집 열애, 민음사, 2007.

*약력: 1943년 경남 거창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

 

 

봄의 여느 시와는 달리 봄 풍경을 서정적으로 노래하였다.

앵앵거리는 참새 떼들과 녀석들에게 반응하는 나뭇가지의 표현은 맛깔스럽기까지 하다.

명사 '봄'을 동사 '보다'의 준말이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봄은 보는 것이리라.

우리가 초목에서 새싹이 트는 것을 볼 때 비로소 봄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나아가 시인은 새들과 나무의 작은 움직임까지도 달리 볼 수 있을 때만이

시 한 편을 탄생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