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메아리 / 홍성란

믈헐다 2023. 3. 29. 05:31

메아리 / 홍성란

 

흙탕이 좀 튀었으나

그것은 생生의 무늬

 

꼴뚜기도 망둥이도 모두가 스승이었다.

 

번뇌가 보리菩提라는 말

오늘에야 들었다

 

*출처: 홍성란 시조집 매혹, 현대시학사, 2022.

*약력: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국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수료,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기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박사.

 

(사진=NASA: 우주의 희귀 현상 '빛 메아리')

 

세상을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생기지만 나쁜 일도 생기니,

그럴 때마다 좋고 나쁨에 따라 극명하게 달리 반응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모두는 내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되울려오는 '메아리'처럼 세상사는 내가 뿌린 대로 거두는 것처럼 말이다.

흙탕이 좀 튀어서 옷이나 마음에 얼룩이 묻었다 하여도 한낱 생生의 무늬일 뿐이고,

하찮은 꼴뚜기와 망둥이까지도 스승이라는 깨달음이 바로 보리菩提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