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그땐 왜 몰랐을까 / 정채봉

믈헐다 2023. 4. 5. 19:42

그땐 왜 몰랐을까 / 정채봉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내 세상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절대 보낼 수 없다고

붙들어야 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출처: 정채봉 유고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샘터사, 2020.

*약력: 1946년 전남 승주군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1년 작고.

 

 

화자는 지나고 보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고,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내 세상의 시간이었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럴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끝도 없이 후회와 아쉬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나쁜 일은 하루라도 빨리 잊고 좋은 일만 간직하기를 바란다지만

어디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인가.

희한하게도 나쁜 기억은 떨쳐버리려고 하면 할수록 더 생생히 떠오르니 말이다.

어쨌거나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시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