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건널목 / 나석중

믈헐다 2023. 7. 2. 06:07

건널목 / 나석중

 

굽어보는 강물이 세차다

수장을 당할지 모르지만

건너지 못하면 반드시 죽는다

 

생이란 슬픈 짐승이 되어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거나

저쪽에서 이쪽으로 건너오는 것

 

등에 배낭을 메고

가슴에 어린 것을 안고 어르는

젊은 어미가 그곳에 서 있다

 

*출처: 나석중 시집 외로움에게 미안하다, 북인, 2017.

*약력: 1938년 전북 김제 출생, 2005년 시집 숨소리로 작품 활동 시작.

 

 

무거운 배낭을 메고 칭얼대는 어린애를 어르는 여인의 앞에 놓인 건널목.

그 여인에겐 단순한 건널목이 아니라 살아가며 넘어야 할 고비 고비일 것이니

건널목을 건넌다는 것은 살아가며 맞게 되는 인생의 고난길이리라.

그런 고비를 넘기 위해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하는 우리는 모두 “슬픈 짐승”인지도 모른다.

결국 건널목은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 과정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