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연년생 / 박준
믈헐다
2023. 9. 9. 22:44
연년생 / 박준
아랫집 아주머니가 병원으로 실려 갈 때마다 형 지훈이는 어머니, 어머니 하며 울고 동생 지호는 엄마, 엄마 하고 운다 그런데 그날은 형 지훈이가 엄마, 엄마 울었고 지호는 옆에서 형아, 형아 하고 울었다
*출처: 박준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사, 2018.
*약력: 1983년 서울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과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어느 날 어머니를 부르며 울던 형이 “엄마, 엄마” 하며 울었고,
동생은 “형아, 형아”하고 울었다.
어머니가 떠나는 날부터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라곤 형밖에 남지 않았으니,
불과 한 살 터울이나, 동생에겐 형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늘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는 형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준다고 하여도 바꿀 수 없는 그런 사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