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석산꽃 / 박형준

믈헐다 2021. 10. 20. 21:48

석산꽃

 

한 몸 속에서 피어도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무덤가에 군락을 이룬다

 

당신이 죽고 난 뒤

핏줄이 푸른 이유를 알 것 같다

초가을

당신의 무덤가에 석산꽃이 가득 피어 있다

ㅡ나는 핏줄처럼

당신의 몸에서 나온 잎사귀

 

죽어서도 당신은

붉디붉은 잇몸으로 나를 먹여 살린다

석산꽃 하염없이 꺾는다

꽃다발을 만들어 주려고

꽃이 된 당신을 만나려고

 

*출처: 박형준 시집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문학과 지성사, 2011.

(출처: 야생화백과사전)

석산(石蒜)은 꽃무릇의 또 다른 이름이다.

꽃무릇은 꽃대가 먼저 나와 꽃이 먼저 피고 잎은 나중에 핀다.

잎과 꽃은 서로 볼 수가 없으니 그리움의 꽃이라 상사화(相思花)라 한다.

시인은 아버지 무덤가에 핀 석산꽃을 통해,

부모와 자식이 함께 누릴 수 없음의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석산꽃으로 꽃다발을 만들며,

비로소 자신이 핏줄처럼 당신의 몸에서 나온 잎사귀임을 깨닫는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주 낮은 소리 / 서수자  (0) 2021.10.20
마을버스 / 김선호  (0) 2021.10.20
나무가 바람에게 / 문정희  (0) 2021.10.20
선운사에서 / 최영미  (0) 2021.10.20
수선화에게 / 정호승  (0) 2021.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