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낮은 소리
플라스틱 바가지에
탯줄 끊긴 완두콩들이 떨어진다
독도그르 독도그르
아이들을 받아내는 소리
누구의 손이 왔다 갔나
바람도 없는데 꽃이 피고 꽃잎 떨어지는 소리
박꽃에 달빛 쌓이는 소리
안타까워라
움켜도 움켜도 한 줌 손을 빠져나가는
물모래 소리
먼 사람이 내게 와 새벽이 올 때까지
하룻밤을 조곤조곤 풀어내는 소리
아침 안개 속에 연꽃 봉오리 터지는 소리
비 그치고 날 들자 낙수 구멍에 낙수 소리
이어졌다 끊어졌다
아무도 없는 집을 한나절 지키네
두레상에 숟가락 부딪는 소리
고등어 토막 슬쩍 밀어놓는 소리
쉼 없이 흘러가는 첫새벽 강
내 몸에 갇힌 시간이 몸 비트는 소리
걱정 마라 걱정 마라
내 머리맡에 앉아
잠들 때까지 어루만져주는
아주 낮은 소리
*출처: 서수자 시집 『아주 낮은 소리』, 천년의 시작, 2018.
(사진은 다음카페 빛나는 세상 나눔 공간에서 발췌)
화자는 일상의 소리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바람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듣는다.
낮은 소리는 보잘 것 없는 것 같지만 아주 위대하다.
그 소리에는 생명의 경이로움이 있고, 감사함이 있고, 깊은 울림과 진한 떨림이 있다.
그 소리는 찾는 이와 들을 줄 아는 이만 듣는다.
눈으로도 보이지 않고, 귀로도 들리지 않고, 오직 맑은 영혼으로만 접할 수 있는 신비이기 때문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힘들면 / 오영미 (0) | 2021.10.21 |
---|---|
여름 숲 / 권옥희 (0) | 2021.10.21 |
마을버스 / 김선호 (0) | 2021.10.20 |
석산꽃 / 박형준 (0) | 2021.10.20 |
나무가 바람에게 / 문정희 (0) | 2021.10.20 |